들어가며
영화 <더 서브스턴스> 를 보았다. 최근 생긴 나의 취미는 바로 스릴러 영화 감상하기인데, 그 긴장감이라던지, 영화에서 오는 전율을 즐기기 때문이다. <더 서브스턴스>는 요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서 느낌이 굉장히 내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리고 존나게 후회했다.
주의 : 스포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 To be a Better you."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이다.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될 수 있는 약물이 출시된다면 사용하겠는가?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명예와 젊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 인간의 도약과 몰락을 담아낸다.
여기서 잠깐 우생학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개선하려는 이론이다. 생물학적 개조을 통해 "완벽한, 더 개선된" 버전의 나를 만들고 싶어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모든 내용은 우생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항상 빛나던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이제는 중년의 여성이 되어 버렸고, 항상 더 빛나는 스타를 추구하는 연예계에서는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여러 상도 수상했으며 오랜 시간 그 명성을 누려오던 엘리자베스에게는 다시금 조명 없는 세계가 낯설게 느껴지고, 설상가상으로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한 직원이 몰래 그의 옷 속에 ' 더 서브스턴스 ' 에 대한 USB를 넣어 준다.
" 나는 이걸로 인생이 바뀌었어요. " 라는 쪽지와 함께.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엘리자베스 역시 무시하고 그 USB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점차 자신을 둘러싼 주위가 달라지는 것을 실감하고 바로 다시 쓰레기통을 뒤진다.
너무 길다 대충 씁시다...
그렇게 만들어진 더 나은 버전의 나는 "수"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외양은 다르나 기억이나 생각은 본체와 동일할 터지만, 점차 화려한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그 생활이 주는 욕망에 길들여져서 '수' 는 가이드라인을 서서히 위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차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다른 개체로 인식하게 되고 갈등이 고조된다.
주관적 후기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에서 "수" 가 되는 과정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감독의 상상력을 , 그리고 그 표현력을 보고 있자면 진짜 ...... 그 강렬함은 잊지 못한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강렬함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하는 감독의 시도 때문에 더 불쾌해져만 갔고... 마지막에는 토할 뻔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속이 울렁거린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너무 고문 같았고, 괴로웠다...... 이제 하나하나 풀어보겠다.
다시 한 번 , 스포주의.
0. 주인공 self Injection도 잘하고 요추천자도 셀프로함
의료계통으로 갔으면 대성할 사람임.............
1. 한국에서는 검색해 보니 '데미 무어의 파격 누드 영화' 로 홍보하는 곳이 많던데 너무 일차원적인 홍보라서 어이가 없었고, 여기에 낚여서 보는 사람들은 진짜 트라우마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좀 영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광고를 해 보세요 마냥 자극적인 걸로만 하지 마시고 ...
2. 일각에서는 이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영화라고 하던데,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젊음과 노화의 대비>, 그리고 <명예욕> 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느꼈다.
영화에서는 초반, 멀쩡하던 엘리자베스와 처음 탄생한 '수'의 대조를 통해서도 그랬으며, 갈수록 부작용으로 인해 급격한 노화가 진행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수의 '젊음' , '아름다움' 을 상징하는 장면에서는 이질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씨지를 쓴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젊음을 상징했던 수...
3. 소재도 괜찮고 엘리자베스가 '수'가 되는 과정은 정말 감탄할 정도였다. 그런데 왜 후기가 이렇냐고?
그 후에 이어지는 장면들이 너무 그로테스크하고 끔찍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가면 '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부작용이 몰빵된 엘리자베스는 한순간에 폭삭 늙어버리게 된다. 일단 그 노화된 모습을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묘사해 놔서 보는 관객들도 ewwwww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이에 빡친 엘리자베스가 그만 하고싶다고 하며 종결하는, 그러니까 '수'를 죽이는 약물을 주사했다. 나는 솔직히 이 정도로 명예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사는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사를 하지만 그 다음에 바로 기획되어 있는 큰 쇼를 생각하며 cpr을 시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뻔하지 않은 전개라서 너무 좋았는데 ...
그랬는데 ..........
여차저차 살아난 '수'가 개빡쳐서 이젠 본체를 없애고자 한다. 하지만 노인 vs 젊은이 , 누가 이기겠어요?
'수' 가 이기고 , 무자비하게 엘리자베스를 없애는 장면을 정말 필요 이상으로 너무 길게 보여주었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유전"이나 ''미드소마"에서의 죽음은 호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인간 목숨이 그만 질겼으면 좋겠고 진짜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내가 왜 이 영화가 끔찍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너무 효과음을 잘 쓰고, 너무 모든 영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는 고어영화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FYI, 참고하시길.
<더 서브스턴스> 는 바디 호러 영화입니다.
4. '수' 가 결국 엘리자베스를 없애고 쇼에 나가려고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고 이미 종결 약물을 사용한 사람에게 희망적인 결론이 있을까?
점차 파괴되기 시작한 수는 멘붕하다가 쇼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더 서브스턴스 약물을 사용한다.
엘리자베스의 더 나은 버전이 수였다면 ,
수의 더 나은 버전은 무엇일까?
참고로 세포 분열은 이분법적인 분열로, 그러니까 제곱으로 된다고 아는데 1 -> 2가 되어 나온 수에서 , 2-> 4가 되어 나온 결과물은 과연 멀쩡했을까.
감독 진짜 아이디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탄생한 괴물은 '엘리자베스 몬스터수'라고 했다. 솔직히 언어유희 사용해서 엘리자베스 몬수터 ( Monsueter ) 라고 할 것 같았는데 제법 정직한 이름이 나왔다.
오디션장에서 여자를 품평하던 남자들의 음성 (이목구비가 제 위치에 잘 자리잡았네 , 차라리 가슴이 다른 데 있었으면 봐줄 만 했겠네 ) 과 오버랩되는, 기괴한 모습의 몬스터수.
(영어로만 들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쇼에 참석하기 위해 본인의 얼굴을 가리게 되는 건, 그토록 동경하던 젊음의 이미지인 '수'의 사진이 아닌 엘리자베스의 사진이다.
(물론 현장에 수 사진이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결국 돌고 돌아서...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한 괴물을 보며 뭔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5. 결국 그 꼴을 하고 쇼에 참석한 몬스터수 ...
사람들은 처음에는 비명을 지르다가, 나중에는 괴물이라고 욕하며 이리저리 밀친다. 결국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서 피분수쇼를 몇분간 하는데 ... 이때 진짜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남자들의 품평 멘트와 함께 오버랩되는 몬스터수의 분열 장면은 나름대로 외모지상주의를 비평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 하나 하자고 이렇게까지 여성 캐릭터를 추락시키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남는 생각은 그냥 토하고 싶다는 게 전부였다.
물론 나는 영화에 대해 문외한이고 이렇게 리뷰를 작성하는 것도 처음이다.
내 나름대로의 기록을 위해서 남기는 것이지만,
나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담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뭐 내가 동의 안하면 어쩔건데요 하시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요.
아무튼 영화 .. 상 받았다고 해서, 뭐 누드씬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가지 마시고요. 뭐 먹고 나서 바로 영화 보지 마세요.
추가 후기 (생각나는 대로 업데이트 예정)
+) 내가 잔인하다고 했던 장면에 대해 다시 한 번 곰씹어보던 도중, 이 내용은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블로그에 추가한다.
'수'가 terminate 약물을 발견하고 노인이 된 '엘리자베스'를 죽이는 장면.
보통, 겉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누군가를 죽이려고까지 했을 때 무슨 방법을 택할까? 통상적이라면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도구 사용하기 (찌르기, stepping),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기, 질식시키기 (choking) 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여 그 사람의 명을 빠르게 앗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수는... 엘리자베스를 말 그대로 "때려 죽인다". 영어 단어를 사용하자면 crashing이라는 말이 정말 적합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잔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계속 곰씹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첫째, 수와 엘리자베스가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공간은 그들의 집이다. 그들에게 익숙한 공간일 것이며, 수가 최근에 인테리어를 싹 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보다 조금 더 홈그라운드에 가까운 쪽은 수일 것이다. 또한, 그 장면이 나오기 전에 엘리자베스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난 처음에는 그냥 미쳐버린 엘리자베스를 담은 건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수가 엘리자베스를 추격하고 때리던 바로 옆은 주방이었다. 그 말은즉슨, 수가 훨씬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옆에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인테리어한 집이긴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요리 도구를 어렵게 찾는 장면은 들어가 있지 않았고, 칼 역시 사용하여 재료를 저미는 장면 역시 확인되었다. 수가 칼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둘째, 상식적으로... 젊은 여성이 누군가를 때려 죽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힘이 들겠는가. 솔직히 아무리 광기에 차 있었다고는 해도, 그 격전을 벌이다 보면 마지막에는 도구의 생각이 날 법도 한데 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엘리자베스를 제 손으로 죽였다.
정말 리터럴리 손으로만 때려서 죽였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모든 과정에서 한 번도 도구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엘리자베스는 반격을 위해 화병을 수의 머리에 깨트렸지만, 수는, 절대,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는 그 얼굴을 확대해서 담아 주는데, 처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이 보인다. 나는 이 장면을 자기 파괴적인 행동, 그리고 자기 혐오가 담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점차 망가져가고 젊은 '수'와 대비되어 가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결과적으로는 이를 부정하고 싶어서, 그리고 젊고 예쁜 자신만을 인정하고 싶어서 일부러 수가 그 형체를 없애도록 설계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 또 한 가지, 논의해 보고 싶은 것은 과연 이 영화의 전개에 대해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현명하게 잘 사용하면 정말 최고의 보조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젊게 변해서 돈 씨게 벌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그걸 이용하고.
하지만 정말 엘리자베스가 그 약물을 이용하고, 점차 그 변화에 중독되어 가는 과정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외모에 대해서만 집착하고 외모가 그 사람을 대변하는 연예계 생활에서 오랜 시간을 노출되어 온 만큼, 그 약물에 대한 선택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가 다시 한 번 더 그 약물을 사용할 때.
나는 솔직히 처음 변환 시켜주는 'Activator'에 1회만 사용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그 용량 전체를 1회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약물 자체는 3-5ml정도 되는 것 같았고, 처음 엘리자베스가 뽑아내는 부분을 자세히 보면 1ml만 추출했다. 1회 only에 대해서 그 용량만큼을 추출했는데도 약품이 남았다...?
솔직히 약품 회사가 장난질을 쳤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나?
영화 내내, 엘리자베스, 혹은 수가 전화를 해도 회사는 건조하게 "그 또한 당신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며 명확하게 본인의 책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정말 회사의 책임이 1%라도 없도록 설계하려고 했다면 activator의 약품은 정확하게 1ml로 맞춰서 주지 않았을까? 왜 그 양을 넉넉하게 줬을까?
난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이 영화가 개인의 허영이나 욕심으로 인한 결말, 혹은 자업자득이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한 개인이 몰락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들이 소리 없이 작용하는지 그 부가적인 요소에도 한 번쯤을 눈길을 주었으면 한다.
반박시 님말이 다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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