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께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침 심적으로 지쳐 있을 때이기도 하고, 뭔가 생각의 정리를 하고 싶을 때여서 솔깃한 마음에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 2박 3일 남해에 위치한 관광 호텔 숙소비 지원으로 사비 7만원만 부담하면 됨
- 내부에 있는 공유 오피스 무료 이용 가능
가장 큰 혜택은 위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의심병이 많아서 말입니다, 이게 사기일지 아닐지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워케이션과 관련해서 기사를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결론은 사기는 아니었고요 (ㅎㅎ;;죄송합니다), 지방 방문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렇게 사업을 체결해서 디지털 노마드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숙소 예약함
남해여행 day 1
미세먼지가 유독 짙게 끼었던 날, 나는 남해로 떠났다.
남해 부근에 다가오니 안개가 자욱해져 하필이면 골라도 이런 날을 고르냐며 잠시 스스로를 탓했지만, 뭐 별 수 있었겠냐며 이내 그만두었다. 자책에는 골머리가 났다.
방향성이 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게 내 상태에 대한 내 진단명이다. 누가 봐도 나는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 역시 그 사실에 조금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서울에 있을 수 있는 날은 한정적인데, 여기 있는 동안 절약한 시간만큼 무언가의 결실을 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필이면 이런 생각이 드는 시점과 겹쳐 일이 몰려왔다. 이번 달이 유독 바쁜 날이긴 한데, 하루에 60통 이상씩 걸려오는 전화량에, 그리고 안내문을 읽지도 않고 대뜸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에 조금 질렸을 때... 뭔가 번아웃이 온 것만 같았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많은데 방향을 못 잡아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는 느낌?
그래서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결과물을 기다리다가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리프레시를 위해 결정된 남해행.
오전에 일어나서 합정역에서 강의를 하나 듣고 남부 터미널로 향했다. 제대로 된 밥을 안 먹어서, 고민하다가 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납득 가는 맛이었다.
앞으로 약 4시간 30분을 버텨야 했으므로, 휴대폰 배터리가 풀로 충전된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옆에 있는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일전에 엄마에게 받은 기프티콘으로 카페라떼를 한 잔 사서 마시며 충전기를 꽂았다.
스타벅스의 아이스 카페라떼는 정말 맛이 없다고 느꼈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너무 밍밍해서 전부 버리기로 결정했다. 돈이 아까웠다.
그리고 어느덧 버스 출발 시간이 되어 남부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잠깐 휴대폰을 하다가 감겨 오는 눈꺼풀에 아예 데이터를 꺼 버리고 약 2시간을 기절했다.
휴게소를 방문한 뒤 바깥은 조금 어둑해져 있었다. 와중에 바다와 가까워져서인지 뭔지, 안개까지 껴서 얼핏 보기에도 가시거리가 많이 좁혀져 있었다.
지도상으로 본 위치는 이제 바다 가까이 왔다고 나와 있었다. 창문에는 김이 서려 안개와 같은 색으로 변했다.
그 탁한 시야 너머로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바다에 나는 조금 설레었던 것도 같다.
너무나도 탁한 사진.
남해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건 오후 6시 30분에 가까워지는 시점이었다. 콜택시를 부르고, 터미널에서도 약 20분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스트레칭을 조금 해 주었다. 온몸이 찌뿌둥했다.
택시 기사님은 다행히 별 말이 없으신 분이었다.
내 휴대폰으로 네비게이션을 키느라 앞자리로 옮겨 창 밖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한층 짙어진 어둠이 생경했다.
뭐랄까... 서울에서도 수영이 끝나면 이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 되는데도 남해에서 맞이하는 밤보다는 밝아서 그 이유를 잠깐 고민했다.
남해에는 도로가에 정말 필요한 것 외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간단한 문제였다.
희석되지 않은 밤하늘을 보는 게 오랜만이어서 한참을 창 밖만 바라봤다.
숙소로 가는 도로는 제법 멋있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도 만나고, 마을을 지키는 오래 된 굵직한 나무도 가는 길에 두어 개 보기도 했다.
숙소에 내려서 일단 휴대폰을 충전시키며 바로 저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근방의 식당은 생각보다 일찍 닫아서, 그리고 배달을 시키기에는 처가집 치킨만 가능하기 때문에 잘 생각해야 했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횟집이 운영중이길래 가기로 결정하고 잠깐 목을 축인 뒤 바로 나왔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숙소에서 바로 내려가는 계단이라던지 길이 없어서 뺑 돌아가야 한다는 거였다. 설상가상으로 초입 길에는 가로등이 하나 없어서 어둠 그 자체였다.
오늘은 그냥 배달시켜 먹을까, 고민하다가 '못 먹어도 고!'라는 말이 생각나 주먹을 쥐고 출발했다.
다행히 쫀 것에 비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해는 굉장히 조용한 곳이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는 아무도 없어서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물론 조금 나가면 불이 켜진 숙소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노래를 부르며 갔다. 도착해서 회덮밥을 시키고, 잠시 기다렸다가 음식이 나오자 사진을 찍었다.
블로거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메뉴판이라던지 가게 내부 사진을 찍는 게 이젠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뭐 그리 대단한 블로거는 아니지만... ㅎㅎ
식당 왼편, 통유리 너머에는 바로 남해 바다가 보였다. 물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일렁이는 것 덕분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온통 깜깜해서 잘 몰랐을 수도.
언제 보아도 바다는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것 같아서 좋다. 뭔가 고민이 있을 땐 항상 바다를 보러 가는 습관이 그래서 생긴 것 같다.
회덮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강아지다.
털에 윤기가 흐르고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길래 사람 손을 많이 탄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그런데 왜 이런 어두운 길에 혼자 있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근처에 불이 켜진 펜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누군가 여기 유기한 게 아닌가 싶어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앞에 자동차 한 대가 스륵 오더니 갓길에 주차를 했다. 그 광경을 보더니 강아지가 차 근처로 가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주인인 줄 알고 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당근에다가 이걸 올려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그 옆에 있는 불 꺼진 펜션 주인분께서 키우시는 강아지였다.
손님을 픽업하고 오시느라 펜션에 불이 꺼져 있는 거였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인 셈이니, 다시 나는 내 갈 길을 갔다.
그리고 이제 다시 숙소다.
바다를 보며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서 일부러 베란다에 나와서 창문을 열어놓고 블로그 게시글을 쓰고 있다.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싶어 바깥을 내다보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제발 내일은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드론을 날려야 하거든.
내일은 뭘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자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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